메뉴 건너뛰기

커뮤니티

조회 수 135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보고 싶은 철학과 학생들에게


어느 덧 개학한지도 1달이 다 되어 가는군요. 가끔 소식을 듣고, 전하고 싶었는데, 옛날 철학과 홈페이지로 잘못 시도하다가, 이제서야 소식을 전합니다. 이정주군이 수고해서 만든 첫 작품도 아주 훌륭했지만, 새 작품도 아주 멋지군요. 많은 학생들이 방문해서 교내의 학과 홈페이지 경진대회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미국 샌디에고에서 여름 방학을 지낸 후 8월 29일에 내가 1년 동안 연구년을 보낼 쾰른에 도착했습니다. 내가 오기 전에 접촉했던 토마스 연구소(유럽에서 가장 큰 중세철학 관련 연구소입니다)에 들리니 이곳의 비서와 연구원들이 반갑게 맞아 주더군요. 사실 자기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외국의 손님 교수들과 연구원들이 많은 곳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연구소 위층에 있는 아주 조용한 연구실까지 배정 받았습니다. 도서관 담당자가 자기들의 도서관을 보여 주는데 정말 놀랄만 하더군요. 국내에서 자료가 없을 경우 꽤 비싼 돈을 내고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자료를 받아 볼 수 있던 것과는 달리, 중세 철학 및 중세 역사에 관련된 오래된 자료와 최근의 연구서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었습니다. 정말 이 정도면 자료를 찾기 위해 여기 저기 뛰어다닐 필요 없이 원하는 자료를 즉시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 날 이곳의 연구소장인 안드레아스 스페어 교수를 만나니 마치 오래 된 친구처럼 반겨주었습니다. 독일에 있었을 때 만난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가 아니어서 어떨까 했는데, 지극한 환대를 받아 너무 고마웠습니다.

  더욱이 연구소에서 소개해 준 객원교수 숙소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공원이 바로 옆에 있는 조용한 집이더군요. 조금 낡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상당히 넓은 편이고 그 안에 필요한 가구들 및 주방 용품까지도 모두 갖추어져 있어서 적응하기가 수월했습니다. 자동차에 의존해야만 살 수 있는 미국이나 자동차를 타는 것이 훨씬 더 시간이 절약되던 서울과 달리 이 곳에서는 워낙 객원교수 아파트가 학교에서 가깝고(2Km 내외) 전차와 버스 연결도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자동차 없이 지내기로 했습니다. 요즘에는 노선생님과 같이 중고 자전거를 타고 쾰른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통학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더니 쾰른에 와서 실감하게 되네요.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려고 신청했는데 2주 정도가 걸린다더니, 무언가가 잘못되어서 한 달이 다 되어가도 아직도 연결이 안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실에 와서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네요.


  보통 때의 조용한 시간과는 달리 지난 주에는 우리 각자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처인 노선생님은 이곳에 와서 공부하는 "철학상담"에 대한 정규 주말코스가 쾰른 근처에서 있었습니다. 독일과 스위스에서 온 사람들은 대개 호텔에서 묵으면서 코스에 참가하지만 노선생님은 집이 쾰른인지라 전차로 통학하면서 코스에 다녔지요.

지난 1월부터 참석했지만, 주로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다가, 이번에는 코스의 한 부분을 직접 담당해서 발표하는 것이어서 준비도 많이 해야 했습니다. 독일어는 독일 유학한 사람들 중에서도 아주 잘하는 편이지만 8년 동안이나 별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부담스러워하더군요. 그래도 정작 발표에 들어가서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성공리에 잘 마쳤습니다. 발표했어야 할 철학적인 내용(니체의 몸에 대하여)이 워낙 어려워서 오히려 독일 참가자들이 발표 후에도 계속 물어보며 오랫 동안 토론을 했다고 하더군요. 저도 금요일 저녁에서는 그곳에서 가서 철학상담코스를 처음으로 만든 아켄바흐(Achenbach)교수를 만나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노선생님이 계속 철학상담코스에 참가하는 동안 저는 일요일날 이태리 시칠리섬에 있는 팔레르모에서 열리는 "국제 중세철학자 연합대회(SIEPM)"에 다녀 왔습니다. 중세철학 분야에서 열리는 소위 올림픽 같은 것인데 매 5년마다 열리는데, 마침 제가 유럽에 있는 동안 열리는 덕분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박사학위 논문을 막 끝냈을 때 독일 에어푸르트에서 열렸을 때 참석했었으므로 두 번째였습니다.

  연합대회는 16일(월)부터 22일(토)까지 6일 동안 진행되었는데, 오전에는 공통으로 3개정도의 발표를 듣고, 오후에는 19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서 총 7개 정도의 발표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녁 때는 주최측에서 준비한 음악회, 시칠리 전통 인형극, 세계중세철학회 총회, 송별파티 등으로 나름대로 풍성한 문화를 체험했습니다. 영어는 물론, 이태리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이 공식언어로 채택되었기 때문에 나는 주로 영어와 독어를 하는 쪽을 선택해서 참석했지요.

  이미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나, 내가 겨울 방학에 가끔 참여하는 로마 토마스 연구주간에서 만났던 여러 학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책이나 논문으로만 만났던 미국의 여러 학자들을 직접만나서 인사하거나, 유럽의 다양한 국가 독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불가리아, 체코 등에서 온 여러 학자들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내 책이 브릴 출판사에서 나온지도 어느덧 8년이 지났는데, 제 이름을 듣고는 모르다가도 그 책의 저자라는 사실을 알며는 반갑게 아는 척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랍더군요. 불가리아에서 온 한 교수(Kapriev, 비잔틴 철학 전문가)는 자신의 박사과정생이 제 책을 읽고 너무 많이 배웠다고 연락해서 묻고 싶어한다고 이메일 주소를 요청하더군요. 그런 학회에 혼자 갔다가는 외로울 수도 있는데, 오고 갈 때는 쾰른의 토마스 연구소 사람들과 함께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그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거나 새로 만난 사람들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에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값진 기회였습니다.

그런 학술대회의 또 다른 기쁨은 중세 관련 출판사들이 모두 와서 자신들의 책을 소개하며 할인해서 판매하는 자리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사는 것입니다. 저도 봐 두었다가 몇권의 책을 샀는데, 그 중에서 제 책인 나온 시리이즈에 실린 한 책(Nissing, Sprache als Akt bei Thomas von Aquin)에서는, 38곳에서나 제 논문을 인용한 후, 철저하게 연구하고 비판하며 글을 쓴 것을 발견했습니다. 내가 논문 안에 담아 놓은 여러 내용들을 벽돌 삼아, 자기 나름대로 새로운 집을 짓기 위해서 노력하고, 또 제 논문을 넘어서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니, 곳곳에 실린 비판적인 문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뿌듯함이 느껴지더군요. 그러면서도 이쪽 학계와 너무 멀어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연구년 동안 좀 더 많은 관계를 가지고, 움직이면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연구년 동안 지내는 모습을 알려 준다는 것이 오랫만에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선생님들께 소식을 들어보니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철학과 답사를 다녀온다지요? 나는 답사가 시작한 이후 처음 빠지는 것이라 너무나 아쉽지만 세 분 선생님들과 선배들이 함께 하니 너무나 값진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결실의 계절인 가을, 답사, 학술부활동, 중간고사, 학술제 모두 모두 너무나 값진 시간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기 바랍니다.

나에게 연락하고 싶은 학생들은 내 이메일(elias@catholic.ac.kr)은 계속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그리로 연락하면 될 것 같네요. 다시 한 번 철학과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하며...


쾰른의 토마스 연구소에서 박승찬 교수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 간만에 책을 읽다. 김형진 2007.10.23 11612
25 ‘철학자들의 올림픽’ 내년 서울서 열린다 이정주 2007.10.21 13991
24 논리적 분석과 응용 과제입니다!! file 박민호 2007.10.15 11750
23 장구 치시는 분, 무용 안무 가능한 분 계신가요? 정석 2007.10.14 12023
22 현대철학사 정리반이 생기다? 이정주 2007.10.08 11452
21 이런 게시판은 어떨런지.. 이현규 2007.10.07 15259
» 쾰른의 토마스 연구소에서 인사 전합니다.(박승찬 교수) 박승찬 2007.09.27 13558
19 연세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의학 협동과정 석사과정생 모집 연세대학교 2007.09.27 13718
18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윤동배 2007.09.19 13220
17 홈페이지 방문자 수 보는 법! 이정주 2007.09.16 13972
16 이름 옆에 나오는 메달의 의미를 아시나요~? 이정주 2007.09.13 13534
15 관심있으신 분 있을까 해서~ㅎㅎ 신서정 2007.09.09 13350
14 댓글입력에 오류가;; 이정주 2007.09.08 13421
13 방명록 스킨이 별로에요ㅜ 이정주 2007.09.03 17248
12 설문조사를 활성화시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정주 2007.09.03 12503
11 힘들다ㅜ 이정주 2007.09.01 12901
10 공연 소식 입니다. 라스콜리니코프 2007.08.06 13277
9 홈페이지 우수 이용 맴버 랭킹 공개!! (1-15위) 이정주 2007.05.22 12543
8 코플스톤, 『영국 경험론』 제본하실 분!! 이정주 2007.05.01 14332
7 승자와 패자 채호준 2007.04.07 12065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Next
/ 9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